조호바루에서 맞이한 첫 아침 Roast & Coffee 에서 즐긴 감동의 락사와 로컬 브런치

싱가포르 여행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여권에 도장을 쿵 찍으며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 조호바루(Johor Bahru)에 도착했을 때의 그 묘한 설렘과 긴장감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다리 하나만 건넜을 뿐인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공기의 흐름이 사뭇 달라지며 진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됨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낯선 땅에 짐을 풀고 맞이한 대망의 첫 아침, 여행자에게 가장 중요한 미션은 바로 현지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제대로 된 '로컬 아침 식사'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조호바루에서의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 찾아간 곳은 이미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조호바루 아침 식사의 성지로 널리 알려진 'Roast & Coffee - Retro Garden 1968'이었습니다. 이곳은 돼지고기와 라드(돼지기름)를 사용하지 않는 'No Pork, No Lard' 인증 매장으로, 깔끔하면서도 깊은 말레이시아 정통 음식을 선보이는 곳입니다. 조호바루의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맞으며 온 가족이 감탄했던 시그니처 락사와 바삭한 치킨 커틀릿, 그리고 진한 로컬 커피의 추억을 아주 자세하게 풀어보겠습니다.

1. 1968년의 정취를 담은 레트로 가든, Roast & Coffee 외관

가게 앞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짙은 초록색 벽면과 이국적인 아랍풍의 흰색 발코니 난간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건물의 외관이었습니다. 간판에 적힌 'Retro Garden 1968'이라는 문구처럼, 반세기 전의 클래식한 세련미를 그대로 간직한 채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의 모습은 들어서기 전부터 맛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초록색 어닝과 열대 식물들이 어우러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Roast & Coffee 레스토랑의 레트로한 외관 전경


2. 메뉴판에서부터 압도되는 '시그니처 락사(Signature Laksa)'의 위엄

자리에 앉아 두꺼운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우리의 시선을 단번에 강탈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집의 자랑, '시그니처 락사(Signature Laksa)' 가이드 페이지였습니다. 동남아의 소울 푸드라고 불리는 락사는 코코넛 밀크의 부드러움과 향신료의 매콤함이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는 국수 요리입니다. 단돈 10.9링깃(한화 약 3,000원 대)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미(Mee), 미훈(Mihun) 등 내 취향에 맞는 다양한 면 베이스를 직접 커스텀하여 고를 수 있도록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초록색 어닝과 열대 식물들이 어우러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Roast & Coffee 레스토랑의 레트로한 외관 전경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서빙된 실제 시그니처 락사의 비주얼은 메뉴판의 사진보다 훨씬 더 정성스럽고 웅장했습니다. 붉고 진한 주황빛 국물 위로 국물을 가득 머금은 두툼한 튀긴 유부와 쫄깃한 어묵 볼, 그리고 완벽하게 삶아진 달걀이 정갈하게 얹어져 있었습니다. 숟가락을 깊숙이 넣어 국물과 면을 크게 한 입 들이켜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칼칼한 감칠맛은 국경을 넘어오느라 쌓였던 누적된 피로를 단숨에 사르르 녹여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커다란 국수 대접에 담겨 나온 유부와 달걀 토핑이 가득한 주황빛 락사 국수의 생생한 실물 사진


3.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바삭한 치킨 커틀릿 브런치

향신료에 조금 서툰 아이들을 위해 함께 주문한 '치킨 커틀릿(Chicken Cutlet)' 역시 신의 한 수였습니다. 커다란 접시를 가득 채운 초대형 치킨 가라아게 스타일의 커틀릿은 황금빛으로 아주 바삭하게 튀겨져 나왔고, 그 위로 탱글탱글한 반숙 달걀 프라이가 예쁘게 올려져 있어 비주얼부터 합격점이었습니다.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 커틀릿과 감자튀김, 달걀 프라이, 샐러드가 한 접시에 담긴 브런치 메뉴


4. 진한 역사를 마시는 즐거움, 조호바루 정통 로컬 커피

말레이시아 레트로 카페 투어의 화룡점정은 역시나 이곳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연유를 넣어 진하게 내려주는 '로컬 커피(Kopi)' 일 것입니다. 메뉴판 한 면을 빽빽하게 채운 전통 음료들의 리스트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나라 사람들이 커피와 차(Teh)라는 음료에 얼마나 진심인지 묵직하게 와닿습니다. 이국적인 꽃무늬가 그려진 전통 찻잔에 담겨 나오는 따뜻하고 쌉싸름한 Kopi 한 잔은 달콤한 아침 식사의 마무리를 가장 완벽하게 완성해 줍니다.

따뜻한 커피와 아이스 음료 등 다양한 가격대와 종류가 적힌 전통 헤이난 스타일 음료 메뉴판


5. 💡 내 생각 (09guide 여행 뷰)

싱가포르의 현대적이고 정제된 도심을 떠나 조호바루라는 새로운 도시에 첫발을 내딛고 마주한 이 소박하고 활기찬 아침 식사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 사진으로 다시 꺼내 보아도 여전히 가슴 한편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진한 향신료와 코코넛 향이 뿜어져 나오는 락사 대접을 가운데 두고, 온 가족이 이국적인 찻잔과 접시들을 신기하게 들여다보며 "음, 바로 이 맛이야!" 하고 엄지를 척 치켜세우던 그 다정했던 아침의 공기는 제 인생의 가장 찬란하고 고마운 행복의 한 조각으로 박제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낯선 긴장감이 따뜻하고 정직한 음식 한 그릇을 통해 온몸으로 사르르 녹아내리는 그 경이로운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매번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국경을 넘는 진짜 이유일 것입니다.

거창하고 화려한 프리미엄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도 훌륭하지만, 현지인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섞인 낡은 테이블에 앉아 3달러짜리 락사 국물을 들이키며 그들의 삶의 속도를 직접 피부로 느껴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녀에게 말로만 하는 교육이 아닌,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영리한 눈을 심어주는 진짜 살아있는 여행의 가치라고 확신합니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의 부드럽고 쌉싸름했던 그 첫 아침의 향기를 기억하며, 언젠가 우리 가족의 발걸음이 그 초록색 어닝 아래 레트로 가든으로 다시 향하게 될 그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쁘게 기다려봅니다.

본 기록은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내돈내산 로컬 여행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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