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바루 히압주 베이커리(Hiap Joo): 100년 전통 화덕 바나나 케이크

지난번 아침 식사를 하며 레트로한 감성에 푹 빠졌던 'Roast & Coffee' 매장 기억하시나요? 그곳에서 문을 열고 나와 몇 걸음만 옮기면,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온 거리를 가득 채우며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마법처럼 이끄는 조호바루 최고의 전설적인 빵집이 나타납니다. 바로 1919년부터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히압주 베이커리 (Hiap Joo Bakery & Biscuit Factory)' 입니다.

간판에서부터 세월의 묵직한 내공이 느껴지는 이곳은 조호바루를 방문하는 여행객들, 특히 국경을 넘어온 싱가포르 현지인들이 양손 가득 빵 상자를 들고 가게를 나서는 '선물용 납품 맛집'으로도 유명합니다. 오늘은 히압주 베이커리의 내부 풍경과 함께, 이곳 빵이 왜 그토록 특별한지 그 비결을 생생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100년의 역사를 증명하는 클래식한 외관

조호바루 문화거리(Jalan Tan Hiok Nee)의 상징과도 같은 이 가게는 푸른색 문틀과 하얀색 간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겨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간판에 한자로 '協裕麵包西菓廠(협유면포서창)'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어 오랜 세월 로컬 주민들과 함께 호흡해 온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합니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Jalan Tan Hiok Nee 거리에 위치한 히압주 베이커리의 흰색 대형 간판 사진


2. 분주하게 움직이는 내공 가득한 베테랑 제빵사들의 세계

가게 안을 살짝 들여다보면 위생모와 앞치마를 정갈하게 착용한 수많은 사람이 일렬로 서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사람들이 직접 빵을 만들어 보는 체험형 카페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분들은 체험객이 아니라 매일 몰려드는 엄청난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완벽한 팀워크를 발휘하는 히압주 베이커리의 베테랑 전문 제빵사 및 직원분들입니다.

위생모를 쓰고 일렬로 서서 갓 구워져 나온 바나나 케이크를 정교하게 자르고 포장하는 제빵사들의 모습


이곳이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치르게 된 핵심 비결은 바로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거대 점토 화덕(Wood-fired Oven)'에 있습니다. 가스오븐이나 전기오븐을 쓰지 않고, 매일 아침 전통 방식으로 장작을 태워 화덕 열기로만 빵을 구워냅니다. 제빵사분들이 뜨거운 화덕 앞을 지키며 불의 온도를 정교하게 조절해 구워내기 때문에, 그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풍미와 촉촉함이 완성됩니다.

3. 입소문을 타고 싱가포르까지 퍼져나가는 '소문난 납품 맛집'

이곳의 빵과 바나나 케이크는 워낙 맛이 독보적이다 보니, 특정 기업이나 대형 마트에 대량으로 도매 납품을 하기보다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전역의 카페, 디저트 숍, 그리고 수많은 개인 바이어들이 대량으로 구매하여 현지 매장에 공급(납품)하는 형태로 입소문이 자극되어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까지 배달 대행을 해주는 서비스가 생길 정도로 가치 있는 자산 대접을 받습니다.

푸른색 문틀 사이로 보이는 분주한 히압주 베이커리 주방 내부와 쌓여있는 포장 박스들


매일 오후가 되면 노란색 비닐봉지에 가득 담긴 따끈따끈한 바나나 케이크를 받아 들기 위해 늘어선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방부제를 전혀 쓰지 않고 오직 신선한 바나나 원물과 전통 화덕의 열기로만 만들어내어, 한 입 베어 물면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나나 고유의 달콤함이 입안 가득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HIAP JOO 라고 적힌 노란색 테이크아웃 비닐봉지에 정성스럽게 포장된 빵 상자의 모습


4. 💡 내 생각 (09guide 여행 뷰)

화려하게 반짝이는 현대식 베이커리 카페들이 즐비한 요즘 세상에,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이 거친 장작 불을 지피며 빵을 구워내는 히압주 베이커리의 좁은 주방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묘한 숙연함과 깊은 감동을 줍니다.

위생모를 깊게 눌러쓰고 땀방울을 흘리며 일렬로 서서 묵묵히 바나나 케이크를 상자에 담아내던 베테랑 제빵사들의 거친 손길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위대한 전통을 고집스럽게 이어 나가는 '장인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노란 봉지 틈새로 피어오르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정직한 바나나 향을 맡으며 온 가족이 길가에 서서 환한 웃음을 터뜨리던 그 다정했던 기억은, 언제 떠올려도 가슴 한구석을 참 촉촉하고 먹먹하게 채워주는 소중한 인생의 한 페이지입니다.

편리함 대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해 불을 다스리는 정성이 담겼기에, 이 작은 빵 한 조각이 국경을 넘어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오랜 세월 최고의 맛집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보았던 그 촉촉하고 따뜻했던 화덕 빵의 풍미를 그리워하며, 머지않은 날에 그 고소한 빵 냄새가 진동하는 조호바루의 오래된 골목길을 다시 한번 기쁜 마음으로 걷게 되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본 기록은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내돈내산 로컬 여행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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